영화 <잠> 몽유병을 소재로 다룬 참신한 공포 영화, 3가지 결말 해석

영화 잠 포스터

몽유병과 층간 소음이라는 현실 소재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는 신혼부부이며, 수진은 임신을 한 상태이다. 그날 밤에도 평소와 같이 잠을 자는 도중, 자다가 깬 수진은 현수가 침대 끝에 앉아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때마침, 방문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자 두려움에 떨던 수진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서 확인해 본다. 소리를 낸 범인은 다름 아닌 부부의 반려견 '후추'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수진은 다시 잠에 든다. 다음날, 최근에 새로 이사 온 아랫집 여자가 이사 온 이후 일주일 내내 층간소음이 심하게 난다면서 주의해 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며 마카롱이 든 상자를 수진에게 건넨다. 수진은 층간소음이 났다는 것에 의아해 하지만, 어젯밤 일의 '후추'를 떠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또한 남편 현수에게 어젯밤의 "누가 들어왔어"가 무슨 소리였냐며 묻지만, 현수는 드라마 대사를 말한 것 같다며 가볍게 넘긴다. 그날 밤에도 같이 잠을 자는 도중, 현수는 자신의 뺨이 빨개질 정도로 긁는다. 이를 본 수진은 그만 좀 하라며 만류하지만, 잠잠하는 듯하다가 현수는 피가 날 정도로 더 강하게 긁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현수의 뺨은 심하게 상처가 나 있었다. 병원에 가보라는 수진의 말은 애써 무시한 채 현수는 촬영장으로 향한다. 다음날 밤, 수진은 현수가 또다시 뺨을 긁을까 봐 주방에서 장갑을 가져와 현수의 손에 씌어주고 잠에 든다. 그날 밤에도 현수는 몽유병에 걸린 채로 냉장고에 있는 달걀과 고기, 생선 등 날것을 먹고 난 후, 안방에 있는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한다. 이를 보고 있던 수진이 있는 힘을 다해 현수를 말려 깨우지만, 현수를 기억하지 못한다. 몽유병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몽유병과 악령, 그 사이 어딘가

모든 얘기를 들은 수진의 엄마가 용한 무당으로부터 부적을 받아와 수진에게 건네며 침대 밑에 붙여 놓으라는 당부를 한다. 무당을 믿지 않았던 수진은 현수와 함께 수면클리닉을 방문하고, 현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가위나 칼과 같은 위험한 도구는 숨기고, 방문에 종을 달거나 창문에 철창을 설치하는 등 집을 안전하게 만들고 현수의 건강관리에 힘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병이 나아지는 듯 싶었으나 수진은 냉동고에 있던 후추를 보고 기겁을 한다. 현수의 몽유병은 더욱 심해져만 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수진은 딸을 낳게 된다. 딸을 안고 화장실 문을 잠근 채, 욕조에서 눈 뜬 채로 밤을 보내야 하는 지경까지 오자 수진은 결국 무당을 부르게 된다. 무당은 현수의 안에 남자가 한 명 더 있다며, 그 남자의 이름을 알아내야 쫓아낼 수 있다고 한다. 수진이 수소문 끝에 겨우 생각해 낸 남자는 바로 다름 아닌, 아랫집에 살던 할아버지였다. 아랫집에 살던 할아버지는 최근에 아랫집으로 이사 온 여자의 아버지로, 할아버지가 화장실에서 사망했었다는 얘기를 그 여자로부터 듣고 난 뒤 확신이 생긴 것이었다. 이때부터 수진은 무당을 완전히 믿기 시작하고, 침대 밑에 부적을 붙여 놓게 된다. 무당을 맹신하게 된 이후로 수진은 이성을 반쯤 잃은 사람처럼 점점 피폐해져만 갔고, 현수에게 칼을 들고 협박까지 할 정도로 현수 안에 할아버지가 있다고 굳건하게 믿게 된다. 

몽유병의 진실을 파헤치다

시간이 흘러 현수는 수면 클리닉에서 몽유병 완치 판정을 받았고, 곧 퇴원을 앞둔 상태였다. 수진은 그동안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는데 현수와 마찬가지로 곧 퇴원을 앞두고 있어 현수가 마중 나가보지만 이미 수진이 전날에 퇴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둘러 집으로 가보니 어두컴컴한 거실의 벽과 바닥은 온통 부적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새빨간 빛 한 줄기만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현수를 본 수진은 몽유병이 완치가 됐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귀신에 씌었다는 증거를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준다. 증거는 상당히 일리가 있었는데 현수가 알몸으로 굿을 진행한 사진, 할아버지가 사망한 날부터 일어난 일들과 날짜, 현수의 등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무늬까지 모든 게 다 맞아떨어졌다. 수진은 이미 현수에게 굿을 몇 번 진행했으나, 할아버지가 천도를 거부하고 남아있기를 원한다면서 오늘 당장 쫓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진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수는 당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수진의 설득에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현수는 무심결에 냉장고를 열어보다가 아래층집 강아지의 시체를 발견하고, 화장실에는 아랫집 여자가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진은 정신이 반쯤 나간 채, 아랫집 여자를 인질로 잡아 현수(할아버지)에게 협박을 하기 시작하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현수(할아버지)는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이후 현수는 귀신에 씐 것처럼 할아버지와 똑같은 말투로 나가겠다고 말한 뒤 바닥에 쓰러지고, 수진의 코골이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열린 결말

영화의 끝부분에서, 현수는 할아버지의 말투로 현수의 몸에서 빠져나가겠다는 선언을 한 뒤 창문 쪽으로 다가가고, 카메라는 수진의 눈을 비춰 할아버지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일반적으로, 이 장면을 통해 결말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수진의 말대로, 갈 때까지 간 수진의 협박 끝에 할아버지가 비로소 정체를 드러내면서 현수의 몸으로부터 빠져나간 것이다. 이 결말로 해석할 경우, "누가 들어왔어"라고 했던 현수의 잠꼬대, 할아버지가 현수의 몸에 들어간 뒤로부터 층간소음에 시달렸다고 했던 아랫집 여자의 말, 침대 밑에 부적을 붙인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장면, 현수도 몰랐던 현수의 등에 새겨진 문양과 알몸으로 굿을 받은 사진, 개 짖는 소리를 싫어했던 할아버지와 냉장고에 있던 후추 등 많은 일들이 잘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보통의 공포영화였다면 할아버지가 정체를 드러낼 때 장황한 효과나 연출을 하여 반전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했을 텐데 수진의 눈동자에 비치는 환영처럼 표현하고 있어 애매한 부분이 조금 있다.

 

두 번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여지는, 수진이 아랫집 여자를 해치려고 하자 두려움을 느낀 현수가 수진의 집착을 빨리 끝내기 위해 어찌할 수 없이 할아버지의 말투를 성대모사하면서 그럴듯한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 결말로 해석할 경우, 현수는 단순히 렘수면 행동장애인 것이고, 누가 들어왔다는 현수의 잠꼬대는 정말 대본에 있던 대사를 중얼거린 것이었으며, 무당은 사기꾼이었고, 수진은 무당에게 넘어가 일종의 정신병까지 걸려 정신병원에 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반려견 후추가 현수에게 안겨있는 모습은 보이지만 수진이 후추를 부를 때는 후추가 경계했던 모습, 할아버지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수진의 눈에만 비쳤다는 것도 설명이 가능하다. 아마 이 두 번째 해석이 가장 현실적이겠지만, 첫 번째 해석에서 설명이 가능했던 부분에서 일부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세 번째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할아버지가 현수의 몸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나, 마지막 부분의 할아버지의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장면에서는 현수가 연기한 것이 맞다는 것이다. 수진의 말대로 10월 18일에 귀신이 붙었고, 이후 할아버지는 개 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 개를 없애버리고, 수진과 단둘이 살고 싶어 하여 수진의 딸을 없애버릴 계획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무당에게 속마음을 들켜버리게 되고, 어느 순간 수진이 현수를 기절시키고 현수를 해치려는 것을 본 할아버지는 현수의 몸에서 손자(아랫집 여자의 아들)의 몸으로 도망친다. 그렇게 손자의 몸에서 지내고 있던 할아버지는 완치 판정을 받은 현수가 퇴원을 하고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면서 현수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이때, 진짜 손자였다면 자신의 엄마가 없어진 사실을 알아채고 바로 신고를 하거나, 소리를 질렀을지언정 조용히 위층으로 가보라는 눈짓을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현수가 자신의 집을 들어가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부적을 하나 밟게 되는데, 이때 결계가 풀리면서 할아버지가 부부의 집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집에 들어온 할아버지는 화장실에 갇혀있던 자신의 딸(아랫집 여자)의 몸에 들어가지만, 수진이 그녀를 죽이려고 들자 안절부절못한다. 한편,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손자는 신고한 후 경비원과 같이 부부의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그리고 현수가 할아버지 연기를 하자 아랫집 여자가 놀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여자의 몸에 있던 할아버지가 자신을 연기하는 현수를 보고 놀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현수의 연기가 끝나고 수진이 곧바로 코를 골면서 잠에 드는데, 이는 할아버지가 수진의 몸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수진과 단둘이 살고 싶어 했던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는데, 좀 전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게 되면 수진은 살인미수나 납치, 감금 등으로 교도소로 가거나 정신병원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수진이 가는 곳마다 수진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수진과 함께 있으려는 계획으로 수진의 몸에 미리 들어가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해석은 비교적 일반적이지 않은 해석이나, 결말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므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는 것이 좋겠다.